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 기업들이 전통 언론 대신 자신들에게 친화적인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CEO들이 스타처럼 출연하는 유튜브 쇼와 팟캐스트는 물론, 직접 제작한 저널과 블로그까지 등장하며, 이들의 목적은 '내러티브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공적 비판을 피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스토리만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 버블’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미디어 전략: 비판 없는 안전지대 만들기
거대 기술 기업들이 언론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자체 미디어 제작'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팔란티어(Palantir)의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유튜브 쇼 Sourcery에서 자사의 논란은 건너뛴 채, 기업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하며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비평은 사라지고 칭찬 일색의 콘텐츠만 남은 셈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기존 미디어가 제공하던 비판적 견제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팔란티어뿐 아니라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줄여서 a16z)도 Substack 블로그를 만들고, 22만 구독자를 가진 자체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신념과 이념을 자사의 내러티브에 맞춰 전파하고 있습니다. a16z는 "이제 미디어의 미래는 대형 플랫폼이 아니라 독립된 창작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전통 언론을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미디어 자생적 생태계는 CEO, 창업자,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그들은 반론 없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미디어 전략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알고리즘도, 검증도, 반박도 없이 진실이 아닌 ‘브랜딩’만이 그들의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장하는 친(親)테크 미디어 생태계, 그리고 그 속에서 번지는 서사 전쟁
기술 기업들의 미디어 자립 선언은 Palantir의 공공 정책재단 산하 저널 '더 리퍼블릭(The Republic)'의 등장을 기점으로 더욱 조직화되었습니다. 이 저널은 학술지 형식을 차용했지만 사실상 팔란티어 측 고위 임원들이 운영하며 기업의 시각을 주입하는 매체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그들의 슬로건은 함축적이지만, 자의적인 표현 허용이 곧 진실을 대체한다는 위험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주목할 플랫폼은 'Arena 매거진'입니다. “우리는 뉴스가 아닌 The New를 다룬다”는 슬로건 하에 혁신 중심, 비판 없는 낙관적 시선만 조명하는 이 매체는 기존 Wired나 TechCrunch같은 비판적 언론과의 대결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The New Needs Friends'라는 철학 아래, 기술의 미래를 응원하는 콘텐츠를 제품 마케팅처럼 전파하는 셈입니다.
이 흐름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서 정치적, 철학적 규범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을 가집니다. OpenAI의 CEO 샘 알트만, Microsoft의 사티아 나델라, Meta의 마크 저커버그 등 주요 빅테크 리더들은 이 친화적인 팟캐스트에 자주 출연하며 자신들의 기술관, 사회관을 일방적으로 전달합니다. 야심을 담은 언론 콘텐츠가 이미 기술 권력의 또다른 수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기술 미디어의 탈중립화, 그리고 여론 형성의 주도권 이동
기술 기업이 만든 미디어는 ‘저널리즘’과 ‘콘텐츠’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기존 미디어의 비판이 싫어 자사 플랫폼 X(구 트위터)에서 언론 관련 링크를 차단하거나, 기자의 질문에 자동으로 💩 이모티콘을 회신하게 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했습니다. 그가 만든 인공지능 기반 위키백과 대체 플랫폼인 ‘그로키피디아(Grokipedia)’는 허위 정보와 편향된 내용으로 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그가 가진 미디어에 대한 ‘통제욕’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친기술적 인플루언서인 렉스 프리드먼(Lex Fridman), 조 로건(Joe Rogan)과의 인터뷰는 철저히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됩니다. 질문은 검증보다 공감, 분석보다 감탄으로 가득 차 있고, 결과적으로는 거대한 기술 권력이 대중 감성과 만나 이미지 정제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감독 없는 의견 주입과 콘텐츠 생성은 정치 영역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팟캐스트에 집중 출연했으며,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자신만의 정치 팟캐스트로 여론을 선점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미 시행한 언론 통제 전략이 기술과 정치, 두 산업의 융합 지점에서 전면화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미디어 전략은 기술 리더의 ‘자기 브랜딩’ 공간을 제공하며, 전통 언론이 가진 비판적 균형 감각은 뒤로 밀려납니다. 기술의 미래가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선, 그들의 목소림이 아닌 더 많은 질문과 검증이 함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결론: 기술 기업의 미디어 전쟁, 이제 소비자가 선택할 차례입니다
정리하자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신뢰 하락과 비판 회피를 위해 `자체 제작 미디어`라는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Sourcery, Arena, a16z 등으로 대표되는 친테크 생태계는 비판이 사라진 안전지대에서 기술 권력의 긍정적 이미지 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지 미디어 환경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여론 형성과 사회적 인식의 균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소비자이자 시청자인 우리 앞에는 선택지가 주어져 있습니다. 기업 편향의 콘텐츠만 소비할지, 다양한 시각의 정보와 균형 잡힌 뉴스에 더 가까이 갈지의 선택 말이죠.
앞으로는 콘텐츠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닌 그것이 생성된 '맥락'과 '의도'를 살피는 독자적 감각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을 진정으로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 많은 의문을 품고 더 넓은 미디어 지형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